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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가치는 무엇을 지키는가: 원전으로 본 뜻과 네 가지 시험

회사 소개서에는 핵심가치가 거의 빠지지 않습니다. 도전, 신뢰, 고객 중심, 혁신 같은 낱말이 서너 개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낱말을 가리고 회사 이름만 바꿔 붙여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핵심가치가 원래 무엇을 뜻하는지, 미션과는 어떤 관계인지, 좋은 핵심가치는 어떻게 가려내는지를 원전을 따라 정리합니다. 지난 글 「미션, 핵심가치, 비전, 전략, 목표: 경영의 다섯 층과 순서」에서 두 번째 층을 깊이 들어가는 글입니다.

한눈에 보기

묻는 것 원전의 답
핵심가치란 손해를 봐도 타협하지 않는, 조직이 오래 지키는 소수의 행동 원칙
미션과의 관계 원전마다 다르다. 미션과 따로 서는 축으로 보는 쪽과, 미션을 이루는 행동 방식으로 보는 쪽이 있다
몇 개 대개 서너 개, 많아야 다섯
가장 흔한 실패 누구나 하는 말, 누구나 지켜야 할 기본을 가치로 거는 것, 바라는 모습을 지금 모습처럼 거는 것
좋은지 가리는 법 손해를 봐도 지켰는가, 남과 구별되는가, 실제 결정을 거르는가, 지금 하는 일에 반례가 없는가

1. 핵심가치란 무엇인가

짐 콜린스와 제리 포라스는 1996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글 「Building Your Company’s Vision」에서 핵심가치를 조직이 오래 지니는 몇 안 되는 신조로 보고, 그 가치는 바깥의 이유가 없어도 조직 안 사람들에게 그 자체로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예로 든 존슨앤드존슨의 최고경영자 랠프 라슨은 회사의 신조가 경쟁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그래서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경쟁에 불리해져도 지킨다는 뜻입니다.

패트릭 렌시오니는 2002년 같은 잡지에 실은 「Make Your Values Mean Something」에서 핵심가치를 회사의 모든 행동을 이끄는 깊이 밴 원칙으로 보고, 콜린스와 포라스의 말을 빌려 편의나 단기 이익 때문에 타협할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입니다. 그리고 제대로 지키는 가치는 아픔을 준다고 썼습니다. 어떤 사람은 불편해지고, 전략과 운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듭니다. 그 아픔을 감수할 생각이 없으면 가치 선언을 만들지 말라고까지 말합니다.

로버트 캐플런과 데이비드 노턴은 핵심가치가 조직이 바라는 행동과 성품과 문화를 정한다고 설명합니다. 세 원전 모두 핵심가치를 좋은 말의 목록이 아니라 행동을 고르는 기준으로 봅니다. 콜린스와 포라스, 렌시오니는 여기에 지키는 데 비용이 든다고 덧붙입니다.

2. 미션과는 어떤 관계인가

여기서는 원전들이 같은 말을 하지 않습니다.

  • 따로 서는 축으로 보는 쪽: 콜린스와 포라스는 핵심가치와 목적(미션)을 “핵심 이념”을 이루는 별개의 두 부분으로 봅니다. 목적은 왜 존재하는가이고 핵심가치는 무엇을 지지하는가입니다. 핵심가치는 지금의 환경이나 경쟁, 경영 유행과 거의 관계없이 조직이 스스로 정한다고 합니다. 디즈니의 가치는 시장의 요구가 아니라 창업자의 신념에서 나왔다는 예를 듭니다.
  • 미션을 이루는 행동 방식으로 보는 쪽: 국내 경영학 논문(김성건, 이재진 2013)은 핵심가치를 조직의 미션이나 비전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 행동 방식으로 설명합니다.
  • 연결을 따로 말하지 않는 쪽: 캐플런과 노턴은 미션, 비전, 가치를 전략을 세우는 첫 단계에서 한 묶음으로 정하지만, 가치를 미션에서 끌어내는지는 말하지 않습니다. 렌시오니의 2002년 글은 미션과의 관계를 다루지 않습니다.

“핵심가치는 반드시 미션에서 끌어내야 한다”고 못 박은 원전도, “미션과 무관해도 된다”고 단정한 원전도 이번 조사에서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쪽을 택할지는 조직이 정할 일입니다. 다만 한쪽을 택했으면 그 정의를 끝까지 일관되게 써야 합니다. 정의가 흔들리면 후보를 거를 잣대도 흔들립니다.

미션을 이루는 행동 방식으로 정의하면 쓸모가 하나 생깁니다. 후보마다 “이 가치는 미션의 어느 낱말을 이루는가”를 물을 수 있습니다. 미션의 어느 부분과도 이어지지 않는 후보는 그 자리에서 빠집니다.

3. 가치의 네 가지 얼굴

렌시오니는 2002년 글에서 회사가 말하는 가치를 넷으로 나눕니다. 아래 표는 그 구분을 우리말로 줄인 것입니다. 이 구분만 알아도 후보 목록이 꽤 정리됩니다.

구분 뜻 예
핵심가치 이미 깊이 밴, 타협하지 않는 원칙. 그 회사다움의 원천 손해를 보고도 지켜 온 것
열망 가치 앞으로 필요하지만 지금은 없는 것 “긴박감”을 핵심가치로 걸었지만 직원들은 느긋했던 회사
기본자격 가치 누구에게나 요구되는 최소한의 행동. 남과 구별해 주지 못함 이력서를 속이는 사람을 안 뽑는다는 이유로 내건 “정직”
우연 가치 리더가 키운 적 없이 구성원의 공통 성향에서 저절로 생긴 것 좋을 수도 있고, 새 기회를 막을 수도 있음

특히 조심할 것은 기본자격과 우연 가치입니다. 정직, 비밀 유지, 법 준수는 중요하지만 같은 업계의 누구에게나 요구됩니다. 그래서 남보다 눈에 띄게 엄격하게 지키는 증거가 없으면 핵심가치가 아니라 기본자격입니다. 렌시오니의 구분과 별개로, 필자가 실제로 적용해 보며 덧붙이는 점검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는 한 번도 그렇게 한 적이 없다”는 말이 지켜 온 결과인지, 그럴 기회가 아예 없었던 결과인지는 따로 물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시험받은 적이 없는 가치는 아직 핵심가치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4. 좋은 핵심가치를 가리는 네 가지 시험

원전들이 말하는 조건을 바탕으로 네 개의 질문으로 정리했습니다. 앞의 둘은 원전에서, 뒤의 둘은 실제로 적용해 보며 덧붙인 점검입니다.

  1. 손해를 봐도 지켰는가. 콜린스와 포라스는 상황이 바뀌어 이 가치 때문에 불리해져도 지키겠느냐고 묻습니다. 갖고 싶은 가치가 아니라 실제로 지켜 온 가치여야 하므로, 그 가치 때문에 무언가를 포기한 일을 댈 수 있어야 합니다.
  2. 남과 구별되는가. 렌시오니가 2002년 글에서 든 수치로는 포춘 100대 기업 가운데 55%가 정직(integrity)을, 40%가 팀워크를 핵심가치로 걸었습니다. 낱말이 흔하면 구별은 낱말이 아니라 그 가치 때문에 치른 대가에서 나옵니다.
  3. 실제 결정을 거르는가. 가치는 무엇을 하지 않을지 정해 줘야 합니다. 걸러 내는 것이 하나도 없으면 장식입니다. 그래서 가치마다 “이렇게 한다 / 이렇게 하지 않는다”를 한 줄씩 붙여 보는 것이 좋은 점검입니다.
  4. 지금 하는 일에 반례가 없는가. 걸자마자 어기는 상품이나 일이 있으면 그 가치는 첫날부터 구호가 됩니다. 반례가 있으면 그 일을 먼저 고치거나, 가치를 열망 가치로 따로 표시합니다.

걸어 두기만 한 가치는 소용이 없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에 실린 2020년 분석은 주로 미국 대기업 689곳이 공개한 가치와, 글래스도어에 올라온 120만 건이 넘는 직원 후기에 드러난 문화를 견주었습니다. 회사가 공개 문서에서 강조한 가치와 직원들이 후기에서 그 가치를 평가한 정도는 거의 관계가 없었습니다. 아홉 가지 가치 가운데 네 가지(협업, 고객 지향, 실행, 다양성)는 약하나마 음의 관계였습니다. 렌시오니는 엔론의 2000년 연차보고서에 실린 가치가 소통, 존중, 정직, 탁월함이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5. 어떻게 찾는가

  • 지어내기보다 이미 지닌 것을 묻는다. 콜린스와 포라스가 권하는 절차도 새 낱말을 짓기보다, 사람들이 이미 지니고 있고 보상이 없어도 지킬 가치를 묻는 방식입니다. 조직이 스스로 정한다는 말은 밖의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는 뜻이지, 없는 것을 새로 만든다는 뜻이 아닙니다. 가장 좋은 재료는 회의실의 낱말 목록이 아니라 지난 선택의 기록입니다. 무엇을 거절했는지, 어디에 시간을 썼는지, 무엇을 포기했는지를 묻습니다.
  • 가치를 실제로 사는 사람에게 묻는다. 작은 조직이라면 창업자나 대표에게 “손해를 봐도 지켜 온 것”, “원해도 하지 않아 온 것”, “시간이 많이 들어도 꼭 하는 일”을 묻는 것이 가장 강한 근거가 됩니다.
  • 소수가 정한다. 렌시오니는 직원 설문으로 합의를 모아 가치를 정하는 것은 가치 만들기와 정반대라고 말합니다. 가치는 소수가 깊이 고민해 정하고 많은 사람에게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입니다.
  • 행동 문장으로 쓴다. 한 낱말보다 “우리는 무엇을 한다”는 짧은 문장이 무엇을 거를지 분명하게 보여 줍니다.
  • 억지로 채우지 않는다. 개수를 맞추려고 근거가 약한 후보를 넣으면, 그 하나가 나머지 가치까지 구호로 만듭니다. 원전이 말하는 서너 개는 연구한 회사들에서 본 관찰이지 채워야 할 개수가 아닙니다. 지향하는 가치가 있다면 핵심가치와 섞지 말고 “지향”이라고 따로 표시하는 편이 정직합니다.

6. 한 교육 회사가 직접 해 보며 확인한 것

이 글을 쓰기 전 한 교육 회사의 핵심가치를 처음부터 다시 세우는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원전의 말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 주는 장면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 처음 낸 후보 가운데 둘은 “사실만 말한다”, “고객 자료를 지킨다”였습니다. 모두 옳은 말이지만 같은 직업의 누구에게나 요구되는 기본자격이었고, 미션과도 이어지지 않아 빠졌습니다.
  • 정의를 “미션을 이루는 행동 방식”으로 정하자, 후보마다 미션의 어느 낱말을 이루는지 물을 수 있게 되었고 거르기가 훨씬 쉬워졌습니다.
  • 가장 강한 근거는 문서가 아니라 강의실에서 실제로 해 온 일이었습니다. 수강생이 원해도 하지 않아 온 것, 손해를 보며 지켜 온 것을 짚어 볼 때 후보가 단단해지거나 무너졌습니다.
  • 셋째 가치를 채우려고 여러 후보를 세웠지만, 다른 교육 회사도 같은 문장을 쓰고 있거나, 지금 하는 일 가운데 예외가 있거나, “한 번도 그렇게 한 적 없다”가 사실은 그럴 일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하나씩 빠졌습니다. 시험받지 않은 가치는 묻지 않으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핵심가치는 써 붙이는 문장이 아니라, 불리할 때 무엇을 고르는지에 대한 약속입니다. 그 약속을 이미 지켜 왔는지 확인하는 데서 시작하면 낱말은 오히려 소박해지고, 대신 거르는 힘이 생깁니다.

참고 자료

  • James C. Collins, Jerry I. Porras, “Building Your Company’s Vision,” Harvard Business Review, 1996년 9-10월호
  • Patrick M. Lencioni, “Make Your Values Mean Something,” Harvard Business Review, 2002년 7월호
  • Robert S. Kaplan, David P. Norton, with Edward A. Barrows Jr., “Developing the Strategy: Vision, Value Gaps, and Analysis,” Balanced Scorecard Report, 2008년 1-2월호
  • Donald Sull, Stefano Turconi, Charles Sull, “When It Comes to Culture, Does Your Company Walk the Talk?” MIT Sloan Management Review, 2020
  • 김성건, 이재진, 「소비자만족과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기업의 핵심가치의 역할과 중요성 -L-그룹 사례를 중심으로」, 『디지털융복합연구』 11권 5호, 211-223쪽,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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